나는 오늘도 회사에 출근을 했다.”(1)

DBT를 성공적으로 졸업하고, PE를 시작한 내담자의 소감입니다.

직장인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 활동이 어렵기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 잠에 취한 채 ‘5 분만 더 자야지.’ 하는 나태함은 아니었다. 매일 아침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에는 알 수 없는 무기력함이 있었다. 외출 준비를 다 하고 나서 현관문을 나설 때는 두려움과 불안감이 엄습했다. 어떤 날에는 겨우 건뭍 밖으로 나가서 한참 길올 걷다가 불현듯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고 숨이 답답해지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원인도 몰랐고, 하루 증 언제 그런 상황이 찾아올지도 몰랐다. 그런 상황에 닥치면 살아낼 뿐이었다 .

내가 겪고 있던 많은 것들을 나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PTSD 라는 단어를 보긴 했지만, 사실 그런 건 전쟁이나 재난과 같이 엄청나게 큰 경험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지난 1 월, 어떤 곳인지도 알지 못한 채 처음 더트리그룹을 찾아올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저 내가 피해를 경험한 우울증 환자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9 개월간의 DBT 프로그램은 내가 살아오며 그저 견뎌온 것들, 살기 위해 회피하고 있던 나의 모습, 수많은 취약성들과 잘못된 관점들을 내 스스로 직시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시시때때로 내 마음 속에 떠올라 나를 힘들게 하는 생각들과 어느 날 내 인생을 송두리째 뒤집어 버린 부정적인 감정과 사건들 ,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곪아버린 부분이 무엇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 있는 나의 언어가 되어 주었다. 하루 3 끼를 챙겨먹고 ,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가서 많은 일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일단 출퇴근을 잘 하기. 차근차근 단순함으로 귀결되는 정돈된 일상 속에서 나는 조금씩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항해하는 법을 배웠듯 감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평화와 고요함을, 마인드풀한 마음상태를 찾을 수 있는 방법도 배울 수 있었다 .

매일 쓰고 있는 다이어리에 어떤 날은 기분상태가 ‘-‘이기도 하고 , 어떤 날온 ‘+’ 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과 가장 큰 차이점은 상태를 지속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 알고 마음을 먹으면 그것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하루하루를 밝게만 살아갈 수 없고, 부정적인 감정이 언제든 생겨날 수 있겠지만 그 모든 과정 속에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독일 수 있는 내가 되었다는 것이 앞으로도 내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고 생각한다.(2편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