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회사에 출근을 했다.”(2)

(1편에서 이어집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9 개월간 정말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 수없이 다투고 사소한 헤어짐을 반복했던 대인관계 문제가 해결되었고, 1000 명 가까이 있던 핸드폰의 연락처는 50 개 이하로 줄었으며, 단출해진 일상만큼 감정의 기복도 줄어들었다. 그리고 아직 100% 의 컨디션은 아니지만 , 이제 정말 매일 출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일 뵙겠습니다 라는 말이 동료들에게 내일도 무사히 출근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고, 역시 다음날 아침 “좋은 아침이에요.’라고 반갑게 서로를 맞이할 수 있는, 어쩌면 당연한 일상을 이제서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기능성을 회복한 상태니 앞으로 지속노출치료를 통해서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그 사건들을 직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머릿속을 헤집어서 기억의 조각들을 마주하고, 진실로 담담해질 때까지 반복하는 그 과정을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셨으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나는 해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니까.

나에게는 사람들이 있다.

더 이상 이 세상을 살아갈 희망이, 내게 남은 에너지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을 때 내 손을 잡고 이곳으로 이끌어준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지난 시간 동안 일어설 수 있도록 응원하고 격려하며 지켜봐준 사람들, 기꺼이 안전장치가 되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 그 고마운 사람들이 여전히 내 곁에 있다.

지난 세션 이 과정을 다 끝내고 나면 ‘살아있는 역사’, ‘레전드’가 될 거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둘 다 깔깔거리며 신나게 웃었더랬다. 그런 거창한 단어는 생각만으로도 오글거린다. 글쎄. 나는 정말로 그런 위대한 역할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지금으로서는 행복한 사람이고 싶다. 앞으로 정말 잘 살아서 언젠가 후배들에게 ‘‘이런 선배도 있구나.’ 하고 조금의 희망이라도 된다면 족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조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어주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