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내담자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치료

채송희 Songhee Chae, MA

외상 피해로 인한 강렬한 감정적 격앙과 불안감, 분노감을 호소하는 분이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클리닉을 찾아왔습니다. 인테익 인터뷰에서 과거 치료 경험과 사건에 대한 정보, 성장기 이야기 등을 통해 이분이 단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만이 아닌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고기능 아스퍼거로 불렸던, 고기능 ASD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더트리그룹에 와서 처음 알게 된 내담자분과 가족은 그간 성장기에 어려웠던 점들과 현재 보이는 증상들에 대해서 많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고 하며 잘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지속노출치료 프로그램 과정을 시작하였고, 초반에는 여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받는 분들과 유사한 증상반응을 보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감정적 고통과 울분, 가족에 대한 원망과 공격성은 잦아들지 않았고, 내담자는 여전히 일상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웠으며, 계속되는 침입적 생각과 이미지로 괴로움을 겪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 울분을 토하고, 혼자 고립되는 악순환이 지속되었습니다. 외상사건 자체에 대한 불안이나 분노보다는 자신이 이러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을 막아주지 못한 가족에게 모든 분노가 향하고 있었습니다. 수년간 지속된 이러한 패턴에 내담자와 가족 모두가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치료 초반에는 내담자와 가족들에 대한 개입을 독립적으로 진행하여 각자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에 잘 따라준 가족들과 내담자의 노력 덕에 지속노출치료를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담자분은 ASD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PTSD의 침입적, 강박적 증상 경험과 ASD의 과몰입, 인지적 완고성으로 인한 증상 경험을 구분하기 어려워 했습니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행동 조직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족들로부터 일상 생활 여러방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왔는데, 이에 물리적, 정서적 의지를 해왔던 내담자가 외상 이후에 모든 정서적 고통의 원인이 가족에게 있다고 여기게 된 것이 주요 감정조절 어려움의 요인이었습니다.

 

지속노출치료를 마치고 내담자가 자신의 PTSD 증상을 극복하고 재경험, 회피, 과경계 문제를 스스로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ASD로 인한 인지적 완고성과 발달지연의 문제, 사회성 부족 등으로 인한 감정조절 어려움, 대인관계 어려움, 가족관계 문제 등은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다이어렉티컬 행동치료 DBT를 진행하고 가족 교육과 가족 치료, ASD 증상에 대한 자문 등을 제공하여 내담자는 감정조절 및 대인관계 스킬을 습득하여 적용하고, 가족들은 효율적인 반응과 환경 세팅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치료 기간 동안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내담자의 의지와 가족들의 헌신이 ASD와 PTSD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내담자가 원하는 일을 하기위해 사회에 재진입하는 데 성공적 첫 단계를 밟았고, 가족들과의 관계가 크게 개선이 되어 모두 안정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내담자 워크북 제2판 지속노출치료 Part 1, 같이 읽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내담자 워크북 제2판 지속노출치료, 같이 읽기 - Part 1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지속노출치료(PE) 바로 알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하는 공포 및 스트레스 장애입니다. 트라우마의 재경험, 외상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회피, 부정적 생각과 기분상태, 지속되는 과민감과 과경계감을 특징으로 합니다. 

지속노출치료 PE는 외상 생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감정적으로 프로세싱하도록 증상을 경감시키는 치료기법입니다. 

 

지속노출치료 프로그램은 트라우마가 지속되는 것에 대한 이론적 설명과 실제상황노출, 상상노출하기로 구성되어 되어 있습니다. 

 

감정프로세싱이론은 PE 개발자인 에드나 포아 박사와 마이클 코자크 박사가 개발하였습니다. 이는 공포구조가 문제가 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이론입니다. 

 

PE는 미국 보건국 산하의 SAMHSA에서 인정하는 치료이자, 외상 치료 기법으로써 미국 전역에 보급되는 모델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많은 연구를 통해 PE의 효과성이 입증되었고, 트라우마 이외에도 우울증, 불안 등 관련된 다양한 문제도 경감시킨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치료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불편감을 겪을 수 있는데, 치료자와 함께 극복하면 장기적으로 증상이 완화될 수 있으니, 포기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마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속노출치료(PE), 나에게 맞는 프로그램일까?  

 

PTSD 증상은 외상이 발생한 직후에 흔히 겪지만 대부분 자연적 회복기를 거쳐 경감됩니다. 하지만 계속되거나 6개월이 지난 후에 증상이 발생하거나, 만성화되어 일상 기능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을 겪는다면 지속노출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외상사건을 명확히 기억할 수 있을 때 치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생명손상적 위기상황이나 자기파괴행동을 하는 경우, 학대나 피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 외상에 대한 기억이 충분치 않을 때는 권하지 않습니다. 또한 약물 의존 문제가 있거나 고위험 거주 및 작업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에는 치료자와 함께 결정해야 합니다.

 

트라우마를 다루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치료진행하면서 지속적으로 치료 동기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외상으로 인한 손실, 치료 완결 이후에 예상되는 긍정적 변화, 치료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요소 파악, 치료 동기를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치료자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