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만4세 아동,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소리를 지르며 클리닉 여기저기를 뛰어다녔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앉아서 선생님들의 지시를 따르지 못했기 때문에 국제학교 유치원의 의뢰로 더트리그룹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평가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아이의 행동관찰, 부모님 인터뷰 및 몇가지 부모 보고 검사지 등을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어려운 문제들
아이는 똘망똘망한 눈빛을 가진 장난끼 많은 귀여운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은 가정과 유치원에서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언어로 소통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은 무력하고 절망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아이는 때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때 부모나 주변 사람을 때리는 행동을 하였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였습니다. 흥분하는 상황에서 부모는 아이를 잘 돌보기 어렵다는 막막함을 느끼며, 아이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들어주는 행동을 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아이의 폭력행동이나 흥분하는 행동은 계속 늘어났습니다. 부모님도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고 나면 녹초가 되어 깊은 우울감과 불안감을 겪고 있었습니다.
몇차례 유치원에 입학하려고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아이의 이러한 행동으로 이내 다닐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국제학교 유치원에서도 아이를 진정으로 돕고 교육하기를 원했으나, 당시의 상황으로는 방법이 없어 보였습니다.
스쿨 오브 라이프: 브릿지 프로그램
아이는 더트리그룹에서 School of Life(SOL)의 브릿지 프로그램(*SOL의 브릿지 프로그램은 학습, 정서, 행동 문제 등으로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운 아동 청소년들이 다시 학교나 사회에 재진입하기 위해서 아이들의 상황에 맞도록 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을 시작하게 되었고, 4-5명의 치료자가 아이와 부모를 집중케어 하며 일주일에 3-4일간 매일 4-5시간 이상을 만났습니다. 아이를 위하여 만들어진 IEP에 따라 자폐 스펙트럼 장애 심리치료과 심리교육, 부모교육을 진행하며, 행동수정 치료기법과 ABA 프로그램, 이중언어 교육 등을 제공하였습니다.
처음에 아이는 앉아 있는 것, 눈맞추는 것, 선생님의 말을 듣는 것.. 모든 것이 어려웠고, 어머니가 근접하여 아이를 도와주어야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치료진은 어떻게 하면 아이가 아이가 안전하게 세션에 임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모았습니다. 긴 회의테이블 여러개를 붙여 작은 공간을 만들어, 보호자와 아이, 선생님 1인이 그곳에서 들어가 세션을 진행하며, 기적의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첫 변화
처음에 아이는 똘망똘망하고 장난끼 많은 눈빛으로 도망갈 궁리만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행동수정치료 기법과 치료진과 보호자의 협력으로 아이가 차분히 일정시간 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을 주목하는 행동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주의집중 행동Attentive Behavios을 다룬지 몇 개월이 지나자, 보호자의 도움 없이도 세션 시간 동안 앉아서 선생님과 활동을 같이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행동 변화에는 특별하게 고안된 강화 프로그램이 주효했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치료진은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며 아이의 성장에 힘을 보탰습니다.
발전
소근육 발달부터 음악수업, 미술수업, 체육수업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아이는 점차 언어 습득을 해나갔습니다. 한국어를 먼저 익히게 되었고, 곧 이어 영어를 익힐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이중언어권으로 다양한 학습을 해나갔습니다. 치료를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자폐 스펙트럼 증상은 감소해갔고, 폭력적이거나 흥분하는 행동이 현저하게 줄어 거의 나타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아이는 점차 똘똘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습과 세션에 임하며, 잘 성장해갔습니다. 치료자들도 아이의 성장에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사이 아이는 이중언어권 종합심리교육평가를 진행하였고, 학교에 입학하여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국제학교 입학: 브릿지의 완성
3년여의 브릿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아이는 원했던 국제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학교, 더트리그룹 치료진들의 축하와 격려 속에 무사히 입학과 초기적응을 해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증상은 현저히 낮아졌고, 영어와 한국어를 모두 일반 아이들과 같은 수준으로 구사하며, 사회성 역시 증진되어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함께 학교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아이가 학교에 재진입할 수 있게 된 이 여정이 기적같지만, 과학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에게 치료와 교육을 제공하면 실현 가능한 일입니다. 초기 개입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한 번 느끼게 되었고, 아이를 기다려주고 입학할 수 있게 도움준 학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는 순간입니다. 많은 발달지연, 언어발달지연, 자폐스펙트럼증상을 가진 아이들이 초기에 효과가 검증된 치료 프로그램을 접하게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