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께 그리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움 주신 분들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세션이 종결되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막 세션을 졸업하면서 나아졌다는 자신감보다는 과연 내가 혼자서도 과거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으며 살 수 있을지 막연한 두려움과 의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과거의 기억들이 이제는 자리를 비웠음을 실감하면서 ‘이게 될까?’ 막연했던 것이 ‘이게 되네’하는 현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더트리그룹을 찾기 이전에는 머릿속이 뿌연 안개로 가득 차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미래를 낙관할 수 없었고 내 인생은 꼬일 대로 꼬여서 풀어낼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노출치료를 받으며 그 안개가 걷히는 경험을 했습니다. 끔찍했던 기억 속을 선생님과 함께 차근차근 걸으며 슬픔과 두려움에 외면했던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았고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의 실체를 마주하면서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과거의 많은 것들이 이해되었고 머릿속에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더 이상 울지 않고 그 시절의 나를 이야기할 수 있음에 매 세션이 경이로웠습니다.
세션 후반부에 다다르며 끝이 보이지 않던 약물치료가 종결되고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도 혼자서 많은 것들을 썩 괜찮게 해내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며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그저 살아있는 것이 아닌 잘 살아가기 시작한 지금, 정말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새삼스레 삶이 새롭습니다.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과거가 없던 일이 되지도 않고, 힘든 일들이 마법처럼 다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님에도 삶이 새로운 이유는 이전에 저를 붙잡고 흔들던 일들이 이제는 힘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제는 존재감이 옅어진 일들은 종종 기억에서 흐릿해지기도 합니다. 그 빈 자리에 어떤 일들을 자리하게 할지는 오롯이 제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삶을 주도적으로 산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인생 2회차를 사는 것처럼 마음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앞으로 또 저를 휘청이게 하는 많은 순간들이 찾아오겠지요. 그렇지만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 이제는 그 방법을 알고 있으니 씩씩하게 내일로 갑니다. 세상에 내 편이 아무도 없다고 느꼈으나 내가 내 편이 되는 것이 그 누구의 지지보다 중요하고 힘이 세다는 것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나 자신과 화해하고 나 자신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움 주신 더트리그룹의 선생님들께 그리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 주신 분들에게 깊이 감사합니다.
* 더 트리 심리클리닉 치료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동의 하에 솔직한 치료 후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