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여러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한 저는 가정을 꾸리고 몇 번의 실패 끝에 어렵게 아이를 낳았습니다. 나의 핏줄이 생긴 것이 어찌나 신기하고 감격스럽던지, 제가 갈증을 느꼈던 부모님의 사랑을 아이에게는 아낌없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잦은 야근과 마음 놓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하루하루의 생활이 힘겨울 때가 많았습니다. 자연히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고, 알게 모르게 많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그런 가운데도 아이는 별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 같았지만, 사춘기가 되자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는 전학한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친구 사귀기를 어려워했습니다. 점점 반항적이고 난폭해졌으며, 자신이 한없이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느꼈습니다. 그것은 송곳처럼 아픈 상처가 되어 제 심장을 찌르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청소년 자살 충동과 관련된 심리검사를 했는데, 수치가 위험 수준으로 나왔다는 담임 선생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뉴스에서만 듣던 청소년 자살 사건은 더 이상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고민 끝에 주위의 권유로 The Tree Group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1시간 남짓 거리였고 직장을 다니며 둘째까지 데리고 매주 2번 이상 시간을 내서 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처음 상담을 받을 때는 과연 좋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고, 사춘기가 좀 심한 것뿐인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과잉 대응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잘 키우려고 노력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유난스럽게 사춘기를 겪는 것 같아 아이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이 거듭될수록 그간 깨닫지 못했던 저 자신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고, 전문가 선생님들의 조언에 따라 저도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예전 교육방송에서 아동상담 분야 전문가가 “문제 아이는 없고 문제 부모만 있을 뿐”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부모로서 모범적인 역할 모델을 보이지 못했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했던 유년 시절의 상처 때문에 아이에게 제대로 된 가정 환경을 제공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아이가 혹독한 사춘기를 겪게 된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상담을 받으면서 아이에게 원망스럽던 마음은 없어지고 오히려 아이가 한없이 안쓰러웠고, 저의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때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아이의 장점들도 많이 보이기 시작해 점점 비난과 꾸중보다는 칭찬을 많이 하게 되었고, 자연히 아이는 자존감이 점점 높아졌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DBT 치료 효과가 꾸준히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감정과 심리적 기복이 상승곡선을 그리다 추락하다를 반복했습니다. 몇 번씩이나 지옥을 경험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몇 십 년간 살아오면서 형성된 성격과 사고방식이 단기간에 바뀔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말 저와 아이가 나아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어 많이 답답하고 지쳐갔습니다.
그럴 때마다 The Tree Group 선생님들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이 포기하지 않고 잘 견뎌서 무사히 졸업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DBT 치료는 제게 힘들었던 과거를 극복하고 앞으로의 생을 행복하게 잘 설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아이도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되고 내공이 생겨 싫은 것은 싫다고 할 수 있고, 친구들의 부당한 대우에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할 줄도 알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 아이의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집안은 항상 언성 높인 싸움으로 시끄러웠는데 이제는 큰 소리가 거의 나지 않고 웃음이 많아졌습니다. 아이에게 충고나 조언을 할 때도 기술적으로 효과적인 방법을 적용할 줄 알게 되었고,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알게 되니 아이와의 관계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제 아이는 더 이상 자신의 고민에만 빠져있던 근심의 대상이 아니라,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동생도 잘 돌보고 청소 등 가사일도 잘 도와주어 가족 모두에게 행복을 전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끊임없는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으셨고 인내와 사랑으로 이끌어 주신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수료 후 이 수기를 쓰기까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인데다 글재주도 없어서 다른 사람이 읽게 될 글을 쓴다는 것이, 게다가 개인 신상 문제를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와 저의 아이가 1여 년간 치료를 받은 후 전과는 다르게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처럼, 도움이 필요하신 분이 치료 후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면 가치 있는 일일 것이라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요새는 매일 아침 눈을 떠서 하루를 잘 보내야겠다는 희망과 의욕이 용솟음치는 것을 느낍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도 잘 살았다는 생각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살아서 누리는 많은 행복한 것들에 고마움을 느끼며 다시 한 번 저를 도와주신 The Tree Group의 선생님들께 존경과 사랑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