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럼에서 학교 지원팀의 선생님들은 여러가지 시급한 질문을 하셨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한국 학생들의 경우 학원 사교육으로 인해 수면이 항상 부족해 보이는데, 학원교육과 학교 교육을 병행하는 한국 아이들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를 물었습니다. 한국 문화권에서 학원교육은 독특한 사회문화 현상의 하나입니다. 좋은 학원과 과외선생님을 찾아 자녀에게 제공해 주는 것이 엄마의 능력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엄마들 간에는 고급 학원정보의 공유는 엄마들 간의 관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영미권에 있는 학교 전문가들은 이러한 한국인들의 사교육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워합니다. 대체로는 국제학교의 교육이 너무 좋고 충분할 텐데 왜 사교육을 해야 하는가 묻기도 합니다.
한국의 극성스러운 교육열은 역사적인 맥락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고려 시대부터 입시제도 문화를 갖춘 나라입니다. 물론 차별이 있기는 하였지만, 과거시험이라는 제도로 누구든 입시 통해 출세를 할 수 있었고, 이 시험을 위해 수년, 때로는 수십년간 유학을 공부하여 국가의 인재가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스스로의 능력을 키워 시험을 보도록 하는 이러한 문화는, 지금까지도 각종 고시로 남아, 누구나 시험을 합격하면 입신양명의 길이 열려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시험을 잘보는 것은 우리 문화권에서는 최근의 현상이 아니라 천년이 넘은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더우기 불행한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뒤쳐진 과학과 수학능력 그리도 폐쇄적 유학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교육을 습득하여야 했고, 신교육을 습득하는 사람은 그만큼 앞서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화사회적 맥락에서 시험을 위한 사교육이 탄생하게 되었고 지난 수십년간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한국사회에 끼치고 있습니다.
영어권 국제학교 선생님들은 이러한 한국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한국 학생들이 방과 후 추가적인 학원 교육이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생존의 문제라고 인식하면 영미권 선생님들이 조금 다르게 한국 학생들의 사교육 문제를 인식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이 과연 건강한 것인가라는 서구권 선생님들의 질문에는 우리 모두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해외에 주재원으로 머무는 시기에만 영어권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경우, 아이들은 한국학교에서 영어권 학교로 전학을 할 때 심한 영어 습득과 학교 적응 문제를 겪게 됩니다. 학교의 정규 EAL 교육으로는 영어 수업시간에 진행하는 학습을 따라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렇다고 학교가 영어수업 중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과목의 내용을 한국어로 재교육시키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아이들은 영어를 잘하여 좋은 성적을 받고자 하고, 또 학교에서는 이러한 영어 문제가 없는 아이들을 부러워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중 교육으로 아동 청소년 기에 아이다움과 여유를 갖지 못하고, 학습으로 삶의 모든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아이들이 정말 행복한 것인가?
벌써 20여년간 같은 고민을 하는 국제학교 선생님들과 변하지 않는 한국 사교육의 현실, 특히 어떠한 정부로 개혁하지 못하는 한국의 교육 문제를 바라보며, 한가지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10년 뒤와 20년 뒤 현재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어떠한 세계를 맞이하게 될까? 크게 변하지 않을까. 한국의 출생율이 저하되어 지금도 누구나 대학을 갈 수 있다고 하고, 곧이어 서울에 있는 대학에 많은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고 하는데, 그 때에는 아이들이 그리고 부모들이 행복할 수 있는가. 그리고 IT 발전으로 AI가 많은 일과 직업을 대체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미래는 정말 좋을 것인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나 기술 또 영역은 무엇일까? 저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은 인간에게 삶의 동기를 부여하는 감정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행복감을 세상을 살아갈 때 동기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행복감을 느끼는 것 또는 느끼게 하는 것을 AI가 대체할 수 있을까? 인간이 하는 많은 일이 대체가능한 영역이지만 인간의 개인적 고유 영역인 감정을 느끼는 것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일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어를 하는 많은 아이들은 스스로 행복감을 갖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우울하고 불안하고 힘들어도 이러한 감정을 이겨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부모는 이러한 아이들의 상태가 현실이라고 여기며 앞으로 괜찮아 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 뒷바라지를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깊은 곳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주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지 한국의 부모님들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 자신에게 잔잔한 행복감을 찾아서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과 피동적이거나 직업적 안정이나 물질적 성공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사람. 후자의 물질적 성공이라는 것은 많은 부분 AI와 기술의 발전이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시대에는 자녀에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자산이 아닐까 합니다. 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진정한 행복감을 느끼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키게 되면 전체 인류를 위해 중요한 교육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