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하 Seungha Lee,MSc
노출 및 반응방지 기법(ERP)이란 무엇인가요?
강박장애가 있는 내담자들은 노출 및 반응방지 기법 치료를 통해 침투적 사고로 생기는 불안감을 강박적인 행동으로 해소하지 않는 방법을 연습합니다. 이 심리치료는 인지행동치료 (CBT)의 일부로, 강박장애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번 Breakthrough 시리즈에서는 20대 여성이 ERP 치료를 통해 강박적 증상을 어떻게 완화했는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치료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이번 시리즈에서는 인지행동치료 중 노출 및 반응방지 기법을 중심으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ERP를 시작하기 전, 24살 가영(가명)씨는 심리교육과 인지적 변화를 다루는 치료세션을 진행했습니다. 가영씨는
- 강박적인 행동이 (예를 들어, 가스 불을 끄고 나왔는지 혹은 현관문을 잠궜는지 등을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행동) 집에 불이 난다거나 도둑이 들 수도 있다는 침투적 사고로부터 생기는 불안감을 해소해준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그러나 이러한 강박적인 행동은 불안감을 일시적으로 감소시켜주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하였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강박적인 행동이 증가 할 수도 있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또한 가영씨는 강박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흔히 경험하는 어려움을 함께 다루었습니다. (예를 들어,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과도한 책임감을 가지거나 실제로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이 그것을 해결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영씨는 두 달 간의 심리교육과 인지적 변화를 통해 자신의 증상들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더 잘 인지하게 되었고, 그 뒤로 노출 및 반응방지 치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노출 및 반응방지 치료
가영씨는 자신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드는 침투적 사고들을 나열해 보았습니다. 아래는 가영씨의 위계 목록입니다.
- 내가 집 문을 잠궜나? 도둑이 들어와서 물건을 훔치면 어떻게 하지? 도둑이 가족을 해치면 어떻게 하지?
- 방금 전 무언가에 차가 부딪힌 것 같은데? 혹시 동물이나 사람을 친건가?
- 안쓰는 전자제품 코드를 뽑고 나왔나? 혹시나 내가 안 빼서 집에 불이 나면 어떻게 하지? 더 심각한 상황이 돼서 이웃들까지 위험해지면 어떻게 하지?
이러한 침투적인 사고들로 인해 가영씨는 같은 길을 반복해서 운전하면서 본인이 친 것은 없는지 확인하였고, 반복적으로 집을 잠그고 나왔는지 확인하였으며, 모든 전자기기들의 코드가 뽑혀 있는 것을 여러 번 확인한 후 집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확인해야지만 자신의 침투적 사고들이 절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받았습니다. 가영씨의 증상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졌고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강박 행동으로 인해 수업이나 약속에 늦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노출 및 반응방지 치료를 통해 가영씨는 점차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횟수를 줄이며 아예 확인을 하지 않더라도 불안감을 최소한만 느끼게 될 때까지 연습하였습니다. 현관문이 제대로 잠겼는지 다시 확인하지 않았고, 운전을 하다 살짝 소리가 났다고 하더라도 같은 길을 반복해서 운전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집을 나서기 전에 전자기기 코드를 다 뽑았는지 한번 확인한 뒤 다시 가서 확인하지 않는 것을 계속 연습하였습니다.
노출 및 반응방지 치료 단계에서 가영씨는 침투적 사고에 강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 본인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연습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침투적 사고들이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지만 그것에 반응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을 함께 깨달았습니다. 현재 치료를 종결한 가영씨는 강박적 행동으로 인해 겪었던 일상 생활에서의 어려움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