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뇌에 수학적 네트워크(The Arithmetical Network)가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학자들은 현대 뇌영상 기술이 발달하기도 전에 뇌 손상을 입은 환자들을 통해 두 가지 주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전두엽은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수학적 계산이나 문제와 관련이 있고 두정엽은 기본적인 숫자 처리 과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두엽은 수학적 네트워크의 시작점으로 우리가 새로운 문제를 직면했을 때 주어진 과제는 무엇이며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하는지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더 정확하게는 전두엽 양 방향에 위치하고 있는 두정내구(Intraprietal Sulci, IPS)에서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는데 이는 숫자 추상화(Number Abstraction) 능력과 연관되는 영역입니다. 숫자 추상화 능력은 점, 숫자, 숫자 철자 등 수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어 있던지 관계없이 숫자에 반응하며 간단한 계산을 수행합니다.
3 x 4문제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는 풀이 과정을 생각하지도 않고 즉시 12라고 대답합니다. 물론 지금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할 수 있지만, 여러분이 곱셈의 개념을 갓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분명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처음 보는 낯선 문제에 익숙해지고 즉각적으로 상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수학적 개념에 익숙해지면 네트워크는 이제 전두엽에서 두정엽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두정내구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는 각회 (Angualr Gyrus)라고 불리는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뇌에서 기억의 저장과 상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 역시 활성화됩니다. 이는 7-9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발견되었는데 한 자릿수 덧셈 문제가 주어졌을 때 답을 상기할 수 있는 아이들은 카운팅 (Counting) 스킬을 사용하는 아이들보다 해마의 활동성이 높았습니다 (Butterworth, 2019).
그렇다면 난산증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뇌는 어떠할까요? 비록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여러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난산증 아이들의 뇌를 일반적인 뇌와 비교해서 살펴보았을 때, 크게 두 가지가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왼쪽 두정내구 회색질의 밀도가 낮았고 백질의 부피가 적었다는 것입니다. 뇌의 회백질은 정보처리 역할을 하며 백질은 회백질에서 처리된 정보를 뇌의 다른 회백질 영역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수학적 네트워크의 진행 및 발달을 위해서는 회백질과 백질의 기능성이 중요한 반면에 난산증 아이들의 경우, 이와 같은 뇌 구조적 한계로 수학적 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Butterworth (2019)는 수학적 네트워크의 다양한 영역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난산증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를 도울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뇌의 이상으로 난산증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기존과는 다른 학습법을 통해 새로운 수학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참고문헌:
Butterworth, B., (2018). The dyscalculic brain. Science of Dyscalculia. 1st ed. Routledge. https://doi.org/10.4324/9781315538112